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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7.19 전북 임실군청 소속 40대 여성 공무원 부서 성폭력 호소 자살
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0. 7. 19. 17:37

전북 임실군은 인구 2만7000명이 모여 사는 농촌 소도시다. 벨기에 출신 고(故)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반스) 신부가 1960년대 후반 산양 두 마리로 국내 첫 치즈공장을 세운 치즈 발상지로 유명한 곳이다.

임실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임실군청 소속 40대 여성 공무원이 "정기 인사이동으로 과거 내게 성폭력을 저지른 간부들과 함께 일하게 돼 힘들고 무섭다"는 취지의 문자를 남긴 채 숨져서다.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들은 성폭력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양측의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사건은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실군 공무원인 A씨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임실읍 자택 안방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경찰과 소방당국이 발견했다. A씨는 사망 전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지인이 연락이 닿지 않자 112·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 집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인들에 따르면 A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얼마 전에는 4개월간 병가를 내고 복귀하기도 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임실군에 따르면 이달 초 정기인사로 A씨가 소속된 국장과 과장이 바뀌었다. A씨는 지난 8일 임실군 인사 담당 과장에게 "내게 성폭력을 저지른 과장·국장과 어떻게 같이 근무를 하느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해당 과장 B씨가 피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게 B씨 측의 주장이다.

B씨는 "지난 9일 연가 중인 A씨에게 수차례 전화해도 연락을 안 받자 10일 직원 2명을 A씨 집으로 보냈다"며 "이때도 A씨는 집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월요일(13일)에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인사 담당 과장에게 보낸 지 하루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임실군 동료들은 충격에 빠졌다. A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한 C국장은 취재진에게 "고인과는 1992년 석 달간 함께 일한 게 전부다. 회식하거나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없다. 전혀 그런 일(성폭행)은 없었다. 저도 가족이 있다. 심정이 굉장히 괴롭다. 내가 죽게 생겼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D과장도 억울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A씨의 성폭력 피해 호소를 임실군이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임실군은 "대처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사 담당 과장이 1, 2주 전에 (성폭력 의혹을) 인지하고 무시한 게 아니고, 고인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수차례 접촉하려 했다"면서다. 앞서 지난 4일에는 A씨가 인사 담당 과장에게 "부서에 좋은 직원(팀원)을 보내줘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는 게 임실군 설명이다.


사건 직후 임실군 직원들을 중심으로 A씨가 숨지기 전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돈 것으로 확인됐다. "○○ 죄송해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이 일이 알려졌을 때 나에게 올 많은 일도 무섭고. 도대체 제가 잘못한 게 뭔가요. 대리(기사를) 불러서 태워다 준다고 해서 의심 없이 차에 탔을 뿐인데 차 안에서 갑자기 짐승으로 변해서 제게 그런 짓을 하려고 했을 때 그 무서움을 말로 표현 못해요. 오로지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발버둥치다가 어찌어찌하여 옷도 반쯤 벗겨진 상태로 차 안에서 도망쳤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어쩌다 군청에서 만나도 구역질이 났는데 지금은 날마다 ○○으로 모시고 일을 하겠습니까. 여자인 내가 남자 직원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정말 치욕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이 답답하고 원통한 내 마음을 알아줄까요"라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자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A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간부들을 일방적으로 성범죄자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A씨 유족은 "고인은 '나는 이런(성폭행 피해) 사실 때문에 너무 힘들고 창피해서 직장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을 목숨을 끊어 가며 증명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사건이 불거지자 유족과 지인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임실경찰서 관계자는 "고인(A씨)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방식으로 받아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고인이 숨지기 전 지인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게 조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해 고인이 가해자로 지목한 당사자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심민 임실군수는 "고인의 죽음을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유족의 슬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신중히 지켜보면서 군 차원에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