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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2.12 광주광역시 남구 덕남정수장 수돗물 수만톤 유실 사고 단수
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3. 2. 12. 18:23

"물 아껴 쓰라더니…" 수돗물 수만 톤 유실 사고 친 광주광역시

 
"물 아껴 쓰라더니…" 수돗물 수만 톤 유실 사고 친 광주광역시© 제공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 덕남정수장의 수돗물 유출 밸브가 고장 나 배수지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오후 1시부터 광주 남구와 서구, 광산구 등 91만명이 단수 사태를 겪게 됐다.

광주광역시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와중에 대형 정수장에서 난데없이 상수도관 밸브 닫힘 사고가 터져 수돗물 수만여 톤이 그냥 버려지면서다. "물을 아껴 쓰지 않으면 5월에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며 시민들에게 절수 운동 동참을 독려했던 광주시는 무색해서 쓴침만 삼켜야 했다. 시민들은 "광주시가 물을 아껴 쓰라고 하더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광주시 남구와 서구, 광산구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덕남정수사업소에서 정수지 유출 밸브 사고가 터진 것은 12일 오전 3시 30분쯤. 이날 사업소 내 원격 통신망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이 발생하면서 정수지의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직경 180㎝짜리 송수관 유출 밸브가 닫혔다.

"물 아껴 쓰라더니…" 수돗물 수만 톤 유실 사고 친 광주광역시© 제공

12일 광주광역시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지 유출 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넘쳐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사고 직후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유출 밸브 구동기가 침수되면서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1994년 덕남정수사업소 개소 당시 설치된 밸브가 녹이 슬고 노후한 탓이었다. 이로 인해 덕남정수사업소와 주변은 물바다가 됐다. 실제 정수된 물이 수도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한 채 정수장 밖 도로와 주택지로 넘쳐흘렀다. 정수지는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염소로 소독한 후 배수지나 수용가에 공급키 위해 일시 저장하는 곳이다. 광주시는 1일 44만㎥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덕남정수사업소 배수지 수위가 낮아지자 오후 1시 서구·남구·광산구 일원에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오후 2시부터는 북구 일대 병원과 아파트 등에서도 자발적 단수 조치에 들어갔다. 상수도관 교체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녹물, 흙탕물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갑작스러운 단수 소식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남구 진월동에 사는 이모(48)씨는 "광주시가 급수 중단 소식을 1시간여 전에 안내해 황당했다"며 "부랴부랴 빨래를 하고 생수를 구입하는 등 때아닌 소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고모(57)씨는 "시민들은 물을 아껴 쓰고 있는데, 광주시는 수도시설 관리도 제대로 안 했던 것이냐"며 "이번 사고로 5월로 미뤄졌던 제한 급수 일정을 앞당겨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시민 절수 운동 효과 등으로 인해 식수원인 동복댐 고갈 예상 시점이 당초 5월 중순에서 6월 초로 미뤄지면서 제한 급수 시행 시점도 5월 초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덕남정수사업소에서 허무하게 유실된 식수량이 얼마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에 매달 8%대를 간신히 유지하던 광주지역 수돗물 생산량 절감율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뒷북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는 이날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강기정 시장 주재로 사고 수습 비상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 반나절이 훨씬 지난 뒤에야 대책 회의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수돗물 시설 관리도, 사고 수습도 빵점"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가뭄 속 물 절약 운동을 하던 중에 이 이런 사고가 터져 면목이 없다"며 "오후 10시쯤 밸브 복구 작업을 끝내 송수관로 내 흐린 물을 빼는 작업을 거쳐 수돗물을 재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