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4. 3. 18. 15:02

 

일본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의 원제는 <사바칸Sabakan>이다. さば(사바)는 '고등어'이다.

 

かん(칸)은 かんづめ(칸즈메缶詰)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칸즈메'는 통조림을 뜻한다. '칸'은 캔(can)을 취음식으로 따와 'kan', 즉 일본에서는 '칸缶'으로 읽어내는 것 같으며 '缶(장군 부)'는 어떤 것을 감싸 보호하다는 의미도 통용되는 것 같고, 음식이나 액체가 들어 가는 용기를 지칭한다.

-づめ(-즈메詰)'는 정적인 상태가 지속되거나 무언가를 안에 채워 넣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한 틀 안에 빡빡하게 눌러 끼워 넣는다는 뜻의 단어 つ-める(츠-메루)라는 단어의 변형이기도 하다. 따라서 '칸(かん)'과 '-즈메(-づめ)', 두 단어가 붙게 되어 용기를 틀어막아 채워넣었다는 뜻의 'かんづめ(칸즈메缶詰)'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 이다.

'칸즈메'와 발음이 비슷한 <스즈메의 문단속>(2022)의 주인공 '스즈메'라는 이름은 무언가를 진정시키거나 누르는 것을 의미하는 '시즈메(しずめ)'에서 따온 것 이다. 이런 단어들을 보고 있자면 질서있고 야무지게 채워두길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츠메루(つめる) 문화'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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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에 대해서

원제 <사바칸Sabakan>에서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으로, 영화 고유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지 못했거나 부족한 만듬새를 가진 영화일까 생각도 든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이라는 제목이 감성을 호소하는 조급한 작명일 것이라는 걱정이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들은 영화를 감상해야 판단할 수 있는 것 들이지만 말이다.

1986년에는 어떤 일이

영화의 감독은 카나자와 토모키(Tomoki Kanazawa, 金沢知樹). 1974년 1월 1일생이다. 영화의 배경인 1986년 당시 12살, 초등학교 5학년 이었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일본의 경제 대호황시대에도 가난한 집에서 살던 친구 '타케모토' 와의 만남을 그린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노스탤지어 영화로서 추억으로 남은 과거의 순간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준다.

영화<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네이버 포토, 스틸 컷

모험의 목적지 였던 부메랑 섬, 돌고래는 보지도 못하고 그저 발만 찍고 되돌아오기만 했던 여정이었지만 아쉬울건 없었다. 처음 부터 그곳에는 돌고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타케모토'는 단지 '히사다'와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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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디테일을 보면서 분명히 이건 감독이 실제로 해본 짓거리다 라고 생각하니 그에게 동질감을 느껴졌다. 온갖 고초를 겪으며 힘들게 ‘부메랑 섬’에 도착했지만 돌고래는 보지도 못하고 별 수확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되는 ‘히사다’와 ‘타케모토’ 무모한 열정이 생각이 난다.

추억의 유통기한

“사랑의 유통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중경삼림>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이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히사다'와 '타케모토'의 우정과 추억은 고등어통조림안에서 신선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환유이다.

영화는 그 여름의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해 지금껏 간직해오고 있다.

메이와쿠 정신이 투철한 '히사다'는 시종일관 죄책감으로 움직인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타케모토'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웃지 못하고, 결국 거리를 두며 밀어내지만 마지막 순간에 '히사다'를 움직인 것은 '타케모토'에게 받은 고등어통조림과 마음을 돌려 주지 못한 죄책감이었다. 내적 개혁으로 단단하게 형성된 것이 아닌 외부에서 '히사다'를 마음을 선하도록 동요시킨 것이 건강한 자극이었을까.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다하지는 않았는지,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는 통조림의 딱딱한 철딱지를 벗기면 뭐가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