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4. 8. 12. 14:09

 

보상 문제로 번진 ‘인천 전기차 화재’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점차 보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140여 대 차량의 손해보험사들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대비해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까다롭기 때문에 피해 보상 주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와 관련해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350’ 모델의 차량 주인은 대물 대상 5억 원 한도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머지 차주들이 가입한 보험사가 먼저 배상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을 통해 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특약은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 등을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일단 피해 차량에 대해 보상하고 추후 조사를 통해 배상책임자가 나오면 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조사결과 화재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이라고 밝혀진다면 벤츠코리아 측이 보험사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아직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나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도 법인에서 가입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엔 보험사 간 소송전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 조사를 통해서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폭주로 인해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흔적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2023년 기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60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은 47건으로 29.4%에 달한다. 내연기관 차량은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화재(2만2238건) 중 발화 요인 미상이 전체 12.3%(2746건)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비율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2배가 넘는 것이다.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소 상태에서는 남아 있는 게 많지 않아 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연기관 차량은 화재 원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 보급이 본격화된 전기차는 축적된 자료가 적어 화재 조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나 주차장 시설 관리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울 때 일단 시설 관리자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 충전기 등의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보상 관련 법안들이 빨리 통과돼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4. 8. 10. 15:52

판결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근 차량 140여대가 전소하거나 불에 그을린 가운데 난데없이 피해를 당한 차량을 누가 배상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경우 우선 피해 차량 각각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추후 각 보험사들이 발화 차량 측 보험사 혹은 제조사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자동차보험으로 보상이 안 되는 아파트 주민 생활의 손해 등에 대해서도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보험사들끼리의 다툼에서 쟁점이 되는 건 최초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차주가 차를 제대로 관리했는가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즉 차주가 차를 제대로 정비했는지, 정상적으로 주차했는지,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 등에 비춰 특별히 하자가 없다면 보험금은 그대로 피해 차량 측 보험사가 부담한다.

일례로 2020년 7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2007년식 아반떼에서 불이 나 차량 수백 대가 탔을 때도 법원은 아반떼 측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차주가 주기적으로 차량을 정비했으며 주차 후 약 40시간이 지나서야 화재가 발생한 점이 고려됐다.

반면에 2022년 4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랜저에 불이 났을 때는 그랜저 측 보험사가 피해 차량 보험사에 보험금의 60%를 보상해야 했다. 차 연식이 13년 이상 됐고 주행거리가 약 27만㎞인 데다 리콜 대상 차량이었는데, 리콜에 응하지 않고 수리를 받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만일 운전자가 문제없이 차를 관리했음을 증명한 경우 책임 소재는 제조사에게 넘어간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궁극적으로는 제조사에게 입증 책임이 돌아간다”며 “결국 보험사와 제조사 간의 구상권 문제로 종결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사와의 법적 다툼에서 핵심은 화재 원인 규명이다. 소비자의 특별한 과실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차량 자체 결함을 원인으로 보게 된다. 2016년 충남 아산시 도로를 달리던 그랜저에서 불이 났을 때 현대자동차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진 것도 같은 이유다. 전체적인 소실 정도가 심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법원은 “차량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정기적 점검에도 불구하고 엔진룸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현대자동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인천 사고의 경우 벤츠 차주가 60시간 이상 비충전으로 주차를 해놓아 과실이 없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의해 입증 책임이 벤츠로 전환된다”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배터리 팩의 작동 데이터가 기록돼 있을 것인데, 사고 원인 파악의 일차적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증거가 타버렸다고 하더라도 결함의 추정에 의해 벤츠의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에서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방안전관리책임자가 책임 당사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생겼다. 2013년에 발생한 강원도 춘천시 아파트 화재에서는 오작동을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 회로를 차단해 둔 관리소장이 2500만원의 구상금을 물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8일 벤츠 전기차를 상대로 2차 합동 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이 든 차체 하부를 집중 조사하고, 배터리 관리 장치를 확보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도 배터리 담당 전문가 등 6명을 감식 현장에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