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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1.12 한국이 PC 메인보드 마더보드 그래픽카드를 못만드는 이유 원인
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3. 11. 12. 13:31

2000년대 초반 국내 PC유통/제조의 3대업체를 꼽는다면 슈퍼마이크로시스템 (이하 슈마), 유니텍, 제이씨현시스템 석을 들 수 있겠다. 슈마는 부산의 작은 PC 조립가게로 시작해 창업주 윤제성사장의 기발한 사업아이템과 마인드로 단숨에 국내 PC부품 유통업계를 석권한 회사로, 이어 그래픽카드 제조를 포함 국내 그래픽카드시대의 르네상스를 열며 (1차 국산 그래픽카드 부흥시기는 가산전자 - 두인전자의 라이벌구도로 대표되는 1990년대 후반이다) 대표적인 한국의 PC부품 제조/유통기업이었다.

 
유니텍 역시 마찬가지. 90년대 초-중반부터 사업을 시작한 유니텍은, 90년대후반 MSI 메인보드의 국내유통 (당시에는 유니텍 OEM이었다) 으로 소위 대박을 치고 슈마보다 먼저 그래픽카드 제조사업에 진출, ATi 라이센스에 따른 Powered By ATi 그래픽카드 생산업체로 성공해 슈마-NVIDIA, 유니텍-ATI로 국내 PC유통/제조산업의 양대산맥이었다.

슈마가 망한 이유는 보도된 바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사항이지만, 사실 슈마의 경우는 창업주 윤제성사장이 자사에서 진행하던 온라인게임 렌즈 (LENZ) 의 실패이후 주식을 모두 매각하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슈마는 당시 코스닥 상장업체였기 때문에 주력사업인 그래픽카드 제조사업이 흔들리고 신규사업에서 대규모로 실패하면서 비상장사의 먹잇감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슈마는 창업주 윤제성사장이 주식을 모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모업체에 모두 매각하면서, PC유통사업에서 손을 뗐다.당시 슈마를 인수한 업체는 PC유통이 아닌 다른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인수의 근본목적은 결국 우회상장이었다.

뉴스추적등에서 보도된 것들은 우회상장이후, 즉, 창업주 윤제성사장이 슈마에서 손을 뗀 이후부터 벌어진 상황이기에 사실 PC유통업계에서는 대단한 뉴스거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업계의 인식은 윤제성사장이 손을 뗀 이후 슈마는 사실 이미 망한회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또하나의 그래픽카드 제조사였던 시그마컴 역시 우회상장목적으로 인수되었고 사명이 세라온홀딩스로 모두 바뀌었다. 이어 PC사업부를 독립시켰지만 예견된 수순처럼 1년내 문을 닫았으며, 실제 1년동안 신규제품의 출시보다는 고객지원에 더 우선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세라온홀딩스는 중국 내 옥외LED 광고사업에 진출해있다.

 

슈마와 시그마컴에 이어 PC유통업계의 몇안남은 자존심의 하나였던 유니텍전자가 어제 피인수되었다. 역시 인수목적은 우회상장으로 보인다. 이제 실질적으로 유니텍을 이끌었던 백승혁사장은 이제 유니텍에서 모두 손을 뗐다.

피인수된 유니텍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시스템보다는 사람에게 더 많이 시선이 가는 PC유통업계의 특성상, 백승혁사장의 주식매각은 유니텍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상당히 치명적이다. 앞서 시그마컴이 그랬고 슈마가 그랬듯이 혹시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학습효과대로라면 앞으로의 수순은 뻔히 예견되어 보인다. 1년내 유니텍은 사명을 바꿀 것이고 PC사업부는 독립될 것이다. 현재 유니텍 내에 PC유통사업에 미련이 남거나 자부심을 가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PC사업부는 다른 용산의 유통사와 같은 규모로 잘 꾸려나가겠지만,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유통사업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현재 유니텍규모로 제품유통을 하려면 최소 수십억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패할 경우에는 당분간 A/S만 유지되다가 어느시점이 되면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다. 실제 슈마가 그랬고 시그마컴이 그랬으니. 바라는 것은 앞으로 A/S 잔여가 남아있는 3년정도는 고객지원이 꾸준히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교체된 것 가지고 너무 앞서나가는 예견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PC유통업계에서는 너무 흔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너무 앞서나간다고 치부하기 어렵다. 단지 그러한 상황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현재 유니텍 구성원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떻게 되더라도 이로인해 소비자와 시장이 받는 충격은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지원을, 시장은 이로인해 시장이 더욱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앞으로의 유니텍 분명 최대주주가 교체된만큼 한번의 사업개편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해득실을 따져 꼼꼼하게 살펴보되, 그동안 유니텍이라는 회사가 시장에 미쳤던 영향력과 수많은 소비자들에 대한 고려도 여기서 빼놓으면 안된다.

유니텍이라는 회사는 한때 PC유통업체의 선도적 업체였던 만큼,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분이나, 기존 유니텍 구성원 모두, 스스로 어떻게 해야 소비자의 걱정과 시장의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