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이름을 바꾼 뒤 야구를 더 잘하게 된 선수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어요.”
요즘엔 땅볼 일색이라 롯데 팬들이 ‘손땅섭’이라 놀리지만, 손아섭(33·롯데)은 한국 프로야구의 개명(改名) 역사를 새로 쓴 선수다. 손광민으로 뛴 2년간(2007~2008년) 타율 0.147 3홈런 2도루에 그쳤던 그는 2009년 손아섭으로 변신하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 성장했다. 지난 12년간(2009~2020년) 타율 0.332 159홈런 813도루로 맹활약해 국가대표에도 승선했고, 4년 전엔 롯데와 총액 98억원 대박 FA 계약을 맺었다.
손아섭의 성공 이후 배정대(KT)·강로한(롯데)·오태곤(SSG)·오주원(키움)·진해수(LG)·장시환(한화) 등이 줄줄이 개명했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첫해부터 2008년까지 개명한 프로 선수는 6명뿐이었는데, 2010~2020년 사이에 78명이 이름을 바꿨다. 올해도 한유섬(32·SSG·본명 한동민) 등이 개명 대열에 합류했다. 야구가 뜻대로 안 되면 이름부터 바꾸고 보는 게 유행처럼 됐다.
개명을 결심한 대부분의 선수는 부산으로 간다. ‘손아섭 효과’의 발원지가 부산 연산역 근처에 있는 한글음파이름학회 사무소이기 때문이다. 새 이름을 짓는 원리가 궁금해 최근 이 사무소를 찾아가봤다. 한글음파이론의 주창자인 한효섭(75)씨와 그의 제자인 윤예심·조서목씨가 작명에 관여한다. 조씨가 의뢰인의 직업과 가족관계, 개명 목적 등을 기록한 상담 노트를 작성하면, 윤씨와 한씨가 일주일간 새 이름 후보 2~3개를 만들고 의뢰인이 최종 선택을 한다. 비용은 회당 35만원.
이들은 “과학적 원리에 의거해 한글음파를 분석한다”고 주장했지만, 오일러 방정식 같은 수리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한글 기본 자음 14개를 오각형 틀에 나눈 표를 보여줬다. ㄱ·ㅋ/ㅁ·ㅂ·ㅍ/ㅅ·ㅈ·ㅊ/ㅇ·ㅎ/ㄴ·ㄷ·ㄹ·ㅌ이 각 꼭짓점에 들어가는 집합이고, 각 이름의 자음을 선으로 연결시켜 분석한다. 가령 기자 이름의 대표 자음인 ‘ㅇㅈㅎ’를 이 틀에 대입하니 오각형의 바닥만 서로 잇는 선분이 나왔는데, 이들은 “사업에 부적합하니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배신을 잘 당하는 이름 유형”이라고 풀이했다.
한씨는 “이름만 바꾼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고, 걸맞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손아섭 선수도 자타공인 노력파였기에 성공했다. 개명은 새 마음 새 뜻으로 임할 계기가 되어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라고 했다. 실제로 누구나에게 개명 효과가 드라마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 개명 전인 2018년 41홈런을 몰아치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됐던 한유섬은 올해 타율 0.264 3홈런에 머물러 있다. 롯데 선수들도 대부분 여기서 개명했지만 팀은 올해 리그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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