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19. 11. 3. 17:18

우리나라의 조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독자적인 핵잠수함 건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보고급, 손원일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건조 경험에 원자로와 선체 제작 등 핵심 기술 일부를 외국에서 도입해 만들자는 것이다. 잠수함 전투 체계를 자체 제작하고 있고, 음파탐지기를 비롯한 주요 장비의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건조를 통해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인도보다 시행 착오를 적게 겪으면서 건조할 기반은 있다.

재래식 잠수함 선체에 원자로를 설치한다고 핵추진 잠수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자로와 어뢰발사관, 대기관리장치 등의 위치를 변경해야 하며 선체 구조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음이 많이 발생해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높아진다. 프랑스의 루비급(2600t) 핵추진잠수함은 아고스타급 재래식 잠수함을 기본으로 설계됐는데, 재래식 잠수함 선체구조가 일부 남아있어 소음 수준이 높아 추가 성능개량을 해야 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바라쿠다급(5300t)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바라쿠다급은 잠항심도 400m, 최고속도 25노트(시속 46㎞)로 6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며 최대 70일간 작전이 가능하다. 농축률이 20% 미만인 핵연료를 사용해 한미 원자력 협정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바라쿠다급의 건조비는 1조6900억원으로 다른 핵추진 잠수함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바라쿠다급은 최근에야 1번함이 진수된 함정으로 기술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 해군의 작전운용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프랑스 기술을 도입해도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소요 비용 또한 막대하다.

인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부터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나선 인도는 독일에서 기술을 들여오고, 러시아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임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9년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첫 핵추진잠수함 아리한트함(6000t)을 진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리한트함이 실제로 전략초계임무를 수행한 시점은 9년이 지난 2018년이었다. 인도는 아리한트함 개발에 34억 달러(4조원)가 소요됐다고 밝혔지만, 수리와 성능개량 및 핵연료 보관시설과 방사능 측정시설 설치비 등을 감안하면 총건조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인도의 조선 기술이 우리보다 많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부 기술력은 우리보다 뛰어난 부분도 있음에도 이렇게 힘이 든다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우월한 조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월감을 가지는데 까놓고 보면 그렇지 않음을..

핵추진잠수함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적 결정과 기술 수준, 예산 등의 문제다. 국제적인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해외에서의 기술도입은 변수가 적지 않다. 국제정치적 차원의 고려가 많아지고 있고, 핵심 기술이전에 대한 부정적 기조도 커지는 추세다. 도입 여부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