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퍼스트 희망봉 2024. 9. 6. 09:18

 

연금 개시 연령 작년 만62→63세로

“소득 공백 직격탄 맞은 퇴직자 멘붕”

국민연금 연계한 피부양자 탈락 불만↑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 + 재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학수고대 하던 국민연금 수령 시점이 늦춰졌어요.” “손해 보는거 알면서도 당장 먹고 살게 없으니 신청했다.” “평생 아껴 국민연금 냈는데,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되는 게 너무 억울해요.”

국민연금 수령금액이 깎이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일찍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해 신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11만2031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88.9% 껑충 뛴 것으로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전체 누적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도별 전체 조기연금 수급자는 2018년 58만1338명에서 2019년 62만883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지난해 85만6132명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내에 총 조기수급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기노령연금은 소위 ‘손해연금’으로 불립니다.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에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일찍 받으면 30%나 감액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수령 연금액이 당초 월 100만원이었던 가입자가 70만원으로 ‘확’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노후 소득이 부족해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또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미뤄지면서 ‘소득공백기’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지난해 연금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1961년생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만 62세가 돼 연금을 탈 것을 학수고대 했는데 예상 밖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 중 일부는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견디지 못하고 조기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수급 연령이 늦춰진 2013년과 2018년에도 조기연금 신청자도 전년대비 각각 5912명(7.5%), 6875명(1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연금을 처음 받는 나이는 정년과 동일한 60세였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1998년 수급 개시 연령을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추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13∼2017년 61세, 2018∼2022년 62세, 2023∼2027년 63세, 2028∼2032년 64세, 2033년 이후 65세로 늦춰졌습니다.

 

더욱이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깐깐해졌는데, 국민연금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피부양자 자격요건은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합산소득에는 공적연금 소득을 포함해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 사업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제외됩니다.

올 3월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급 수급자는 88만5350명이고, 월평균 수령액은 약 69만원 가량입니다.

문제는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연간 국민연금 2000만원을 초과해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은퇴자의 규모는 매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피부양자에서 떨어져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대개 월평균 15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70대 이모씨는 “그동안 자녀 직장보험의 피부양자로 얹혀 있었는데 건보 개편으로 앞으로는 월 12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때문에 공짜로 주는 기초연금 대상에서도 빠졌는데 (건보료까지 내야 한다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 처럼 건보료와 연계된 국민연금 관련 불만은 갈수록 쌓여만 갑니다.

더 큰 문제는 조기연금 수급이 많아지면 ‘노후소득보장’이란 연금제도의 본래 기능이 약화되고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재테크 전문가들은 조기노령연금 수령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복수의 재테크 전문가는 “기대수명이 늘어 연금 수령기간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기연금 신청으로 감액된 금액을 장기간 받으면 받을수록 그만큼 손해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20년 이상가입해 월평균 107만원을 받는 수급자는 정상수급 연령인 63세보다 5년 일찍 당겨받으면 조기수급 기간동안 약 4494만원을 더 받습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매월 약 32만원을 정상수급자 보다 덜 받습니다. 2022년 기준 기대수명인 82.7세까지 20여년을 부족한 연금액으로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정년이 60세인 반면 1969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만큼 정년 연장을 통해 은퇴자들의 ‘소득 공백’ 기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가입 기간과 수령 시기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고령자 계속 고용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8.9%(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더욱이 오는 2025년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 연금재정을 탄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연금을 최대한 늦게 받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연금 수령 시기를 만 75세까지 늘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